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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無題

by 도묵 2020.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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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마음을 끌어안고 이리저리 다니다가

결국 찾은 곳이 허름한 헛간이라 할지라도

그 헛간이 잠시나마 비를 피하게 하고

거친 숨을 잠재울 수 있게끔 해주었다면

그곳은 좋은 곳이었다



타는듯한 목마름에 고인 물을 마셔서

그 날들을 버틸 수 있었다면

그래도 좋은 것이었다



길을 걸어가다 넘어져서 다치고

만났던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우리는 고개를 들어 해와 달과 별을 보고

시선을 옆으로 두어 길에 나있는 꽃들도 보고 그래야 한다



가끔은 불안한 마음 안고서라도 어두운 동굴에서 잠을 청할 때가 있으며

삶이 너무 지치고 피곤하여 눈이 감길 지경에

비 오는 계곡 물줄기 옆에 몸을 뉘이기도 하기에



오랜 시간 깎여진 틈 사이로 고여있던 물이 비집고 들어오고

짙은 섬광에 고목이 한순간 넘어지듯

유약함이 자연스레 드러남으로

넘실대는 파도를 향유해야 한다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기어 나와야 하며

물이 불어난 곳에서 발 디딜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목이 마를 걱정을 않게 되는, 굶을 걱정이 없게 되는 그런 곳을 맞이한다면

다시금 밭을 일구고 씨앗을 심자

집을 짓고 새를 키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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