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그냥18 [단편] 볼륨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남들 다 이런 소리로 듣는데, 그쪽만 크게 듣고 있던 거였어요." "그래요?""네, 그러니까 약 끊지 말고 꼭 드셔야 해요. 지금은 이 볼륨이 적응이 돼서 그런 거예요. 적응된 소리로 듣기 시작하니까 정상인 줄 아는 거지만, 약 끊으면 더 심해질 수도 있어요."그래, 그런가 싶었다. 남들 다 이런 정도로 소리를 듣고 있었다니. 나는 남들의 시선이나 말과 행동에 너무 큰 신경을 쓰고 있었나 보다. 적응기가 어느 정도 필요했고 나는 그 적응기를 지나고 있었다."네, 알겠습니다."언제 끊어야 할지 모르는 약을 매일 먹는다는 건 메마른 땅 위에 홀로 서 있는 느낌이다.병원에서 집에 오는 길에 간단한 요기거리를 샀다. 그러곤 집 근처 물길이 있는 곳에서 바람을 좀 쐬다 왔다."무서워서 그.. 2021. 5. 1. 사랑이었다. 사랑이었다. 네 눈을 봐도 네 코를 봐도 네 손톱을 봐도 예뻤다. 나에게 미운 행동들을 해도 미워지지가 않았고, 오히려 그런 아이구나 싶었다. 아이 같은 행동을 하면 실망을 하기도 했고 악의적이지 않은 나쁜 행동들에 상처도 받았지만 그냥 그런 아이구나 얘는 이런 아이구나 싶었다. 처음에는 힘들어도 나중에는 다 이해되고 받아들여졌다. 이런 사람은 처음이었다 싶었다. 내 처음은 너였다. 사랑이었다. 처음이어서 사랑이었던 것이 아니라, 처음과 사랑이 동시에 오는 사람이었다. 넌 나에게 한 사람으로 표현되는 사람이자, 한 아이로도 표현이 되는 사람이었다. 사랑이었어. 나의 사랑, 나의 뮤즈. 잘가. 2021. 2. 24. [잡문] 내가 좋아하는 것들 나는 그 아이의 225에서 230mm 정도 되는 발을 좋아한다. 내 카메라에 담기고 싶다는 것이 좋고,음악 추천 말고 내 노래를 듣고 싶다는 말이 좋다. 카키색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웃는 눈꼬리가 좋고, 신나면 노래를 부르는 그 아이의 콧소리가 좋다. 그 아이는 길거리에서 노래가 나오면 춤을 추고, 가끔은 음악을 틀어서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곤 신이 나서 내 손을 잡고 박자를 타곤 한다. 편지로 고백했을 때, 조명이 있는 곳으로 편지를 들고 가선 감성적인 선율의 노래를 틀고서 읽던 모습이 좋다. 가끔 나에게 짜증을 내며 투덜거리는 것도 좋다.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니까. 이젠 너랑 싸우는 게 특별하게 느껴진다. 턱 밑에 오는 158cm의 키도 이젠 익숙하고 자꾸만 맡고 싶어 지는 그 아이의.. 2021. 1. 22. [소고]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하지 고등학교 시절에는 엄마에게 참고서를 사야 한다고 거짓을 고하고 용돈으로 쓰고 싶었던 마음조차 죄책감으로 다가왔던 나였고, 성인이 되어서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 말고 다른 이성과 연락을 하는 것에 있어서 내 감정을 속이는 것 같았다. 다른 친구들을 꺾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나머지, 넘어지면 주저앉아있기를 반복했다.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르고 계속 헤맸다. 행복은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여서 가슴 따듯함조차 느끼지 못하는 지경까지도 가봤다. '남들 다 이렇게 살아'라고 되뇌어 봤자 내 상황들은 오히려 더 부각되어갈 뿐이었다.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한다. 사람은 보편적으로 편함을 좋아한다. 하지만, 편한 것들을 계속 추구하다간 나락으로 떨어질 뿐이다. 나는 보편적인 욕구까지 무뎌질 정도로 불편함을 추구했다. 남을 위.. 2020. 12. 13. [잡문] 사랑의 이유로 사랑의 이유로 더보기너도 이제 약한 모습을 내게 보이는구나.내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일 때 나는 기쁨을 느낀다.네가 비로소 우리의 관계에서 약해질 준비가 되어있음을 내가 받아들일 때,내가 너에게 보여준 약함의 증거들이 매듭지어진다.- 증거 사랑인 것에 이유를 갖다 붙이기엔 내게 사랑은 너무나도 선험적이다.내 관점이 그 사람의 어떤 부분에 편향되어있지 않고 사람 자체로만 볼 수 있게 된다.의미가 불어나 흙더미가 된다. 비가 와도 쓸려내려가지 않을 정도가 되면이유는 찾아볼 수 없다. 내가 이 사람을 왜 사랑하는지, 어떻게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모르는 채그저 단단해진 흙더미 위를 같이 오를 뿐이다.사람을 사랑하는 데에 이유 따위를 붙일 수 없다.이유를 붙일 수 있다면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 아직 좋아함에 머물러.. 2020. 12. 6. 이전 1 2 3 4 다음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