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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단편] 큰 새와 작은 새

by 도묵 2020.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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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새와 작은 새

 

어느 숲엔 작은 새와 큰 새가 있었어요.

그 숲엔 두 마리의 새 말고는 다른 동물들은 없는 천혜의 낙원이었답니다.

작은 새와 큰 새는 바다를 항해하며 마주치게 되었어요.

종은 서로 달랐지만 오랜 여행을 한 탓에 둘은 너무 외로웠어요. 그래서 서로 친구가 되기로 했답니다.

서로를 잘 알지 못했던 작은 새와 큰 새는 숲에 도착해서야 서로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엇, 얘는 부리가 나보다 크구나.'

'얘는 나에게 없는 물갈퀴가 있네?'

바다 위에서는 보지 못했던 모습들이 숲에서 점차 드러나게 되었고,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 작은 새와 큰 새였어요.

 

 

'저 큰 부리로 나를 잡아먹으면 어떡하지..?'

'물갈퀴가 있어서 부럽다... 나도 저런 멋진 물갈퀴가 있었으면.'

서로에게 느끼는 것이 달랐지만 그래도 친구로 지내며 의지를 하게 되었어요.

그렇게 작은 새와 큰 새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다른 부분들을 칭찬하게 되었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는 오순도순한 사이가 되었답니다.

'난 물갈퀴가 있으니 바다에서 먹을 것을 구해올게!'

'난 부리가 크니까 숲에서 과일을 따다 올게!'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먹을 것을 구하고 있던 작은 새는 먹을 것이 예상보다 일찍 구해지자 큰 새와 같이 사는 집에 음식을 옮겨놓고는 큰 새를 도우러 숲을 향해 자신이 가진 작은 날개로 날갯짓을 힘차게 했습니다.

'어, 큰 새다!'

작은 새는 큰 새의 뒷모습을 보곤 반가워 날개를 더욱 힘차게 휘저었어요. 그렇게 큰 새의 근처에 도착했고 큰 새를 불렀어요.

하지만 큰 새가 대답하지 않자, 작은 새는 큰 새의 옆에 착지하여 말을 걸었답니다.

"큰 새야, 내가 아까 불렀는데..."

말을 하던 중 작은 새는 큰 부리 사이에 끼어있는 조그마한 새를 보았어요.

'큰 새야... 너 뭘하고 있는 거야..?'

작은 새를 보고 화들짝 놀란 큰 새는 자신의 큰 부리에 물고 있던 조그마한 새를 떨어뜨리고 말았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큰 새가 말을 할 새도 없이 작은 새는 이미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어요.

큰 새는 작은 새가 돌아올 때까지 몇 날 며칠을 밤을 새웠어요. 혹시나 작은 새가 자기가 자고 있을 때 몰래 왔다 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고, 매번 작은 새가 구해 주는 먹이로 자신이 필요한 영양소의 일부를 공급받았던 큰 새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부리에 금이 가고 털이 빠져갔어요.

항상 작은 새와 많은 이야기를 했던 큰 새였기에, 작은 새가 없는 시간 속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새는 왜 날 떠난 걸까?'

'아니, 혹시 내가 작은 새를 떠나게 만든 것은 아닐까?'

'내가 도대체 무엇을 잘못한 걸까?'

큰 새는 그저 작은 새와 나눠먹으려 했던 그때의 행동에 대해 되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큰 새에게 조그마한 새는 그저 먹이에 불과했고, 본능적으로 자신의 행동이 나온 것에 대해서 더 이상 깊이 생각할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 행동은 그저 큰 새의 깊은 내면으로부터 자연스레 나오는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답니다.

작은 새였다면 자신과 크기가 비슷한 새를 잡아먹으려 하지 않았겠지만 작은 새와 종이 달랐던 큰 새의 경우, 그것은 당연한 이치였던 것이에요.

'그건 당연한 건데 왜 넌 나를 떠난 거야, 작은 새?'

서로 먹이를 나눠먹는 사이였고, 큰 새 입장에서는 그때 자신의 입에 물고 있던 조그마한 새는 평범한 먹이에 불과했던 터라 이해가 가지 않았죠. 더군다나 큰 새는 조그마한 새를 잡아 작은 새와 같이 나눠먹으려고 했었답니다.

하지만, 큰 새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고 작은 새조차 자신에게 오지 않았어요. 그리하여 이번에는 작은 새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숲부터 둘러보자.'

작은 새가 떠난 충격과 배신감에 숲을 둘러보지 않았던 큰 새였어요.

매번 작은 새와 같이 다니고 수다를 떨며 같이 잠을 자던 큰 새가

이번에는 용기를 내어 작은 새를 찾으러 홀로 떠나보려 한 것이에요.

"어디에 있니, 작은 새야!!"

"나와 얘기 좀 해줄 수 있니? 숨어 있다면 나와보렴!"

하지만 큰 새의 큰 소리에도 작은 새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답니다.

큰 새는 결심했어요. 숲을 벗어나 보기로 했답니다.

숲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새의 흔적을 발견했어요. 발가락이 세 개로 곧게 뻗어있는 모양. 그것은 분명 작은 새의 발자국이었답니다.

희망을 얻은 큰 새는 작은 새를 다시금 불러보았답니다. 그러자 기적처럼 작은 새가 멀리서 큰 새에게로 날아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작은 새야, 내가 널 얼마나 찾았는데 이제야 나타나는 거야!"

큰 새는 작은 새에게 다짜고짜 화부터 냈어요.

그러자 작은 새는 이렇게 말했답니다.

"날 왜 찾은 거야?"

"네가 없으니까 생선도 이젠 못 먹고 같이 이야기하며 잘 새도 없으니까!"

작은 새는 큰 새에게 실망을 했답니다. 왜냐하면 큰 새가 자신을 찾으러 다닌 이유가 외로움 때문에 그런 것 같았기 때문이에요.

덩달아 작은 새도 소리쳤답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내가 뭘 몰라! 너야말로 아무런 얘기도 해보지 않고 날 떠났잖아!"

큰 새의 말에 작은 새는 흠칫하며 말했어요.

"난 네가 무서워!"

"왜? 난 정말 널 위해 많은 것들을 했어!"

작은 새는 큰 새의 마음을 헤아리려 노력해보았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동족을 잡아먹으려 한 큰 새 자체가 무서웠기 때문이었답니다. 하지만, 작은 새는 차마 말하지 못했어요. 자신도 잡아먹힐 수도 있을 거라는 두려움만 작은 새에게 남아있었죠.

"난... 난..."

"뭐! 난 널 위해 과일도 따다 주고 새도 잡아주려 했어!"

"내가 원했던 건 그게 아니었어!"

"그럼 넌 뭘 원했니?"

작은 새의 마음에는 이미 큰 새에 대한 공포감이 자리 잡아서 얼른 자리를 뜨고 싶은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큰 새가 쫓아올까 두려워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답니다.

"난 과일만으로도 충분했어.."

작은 새가 겨우 내뱉은 말이었답니다.

"난 너에게 더 많은 것들을 가져다주고 싶었어. 넌 날 이해 못해."

"너도 날 이해 못해. 난 조그마한 새를 원하지 않았어!"

큰 새는 작은 새의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어요. 작은 새도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더 큰 소리로 외쳤답니다.

"그건 내 마음이었어!"

어느새 주위에는 다른 동물들이 작은 새와 큰 새의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어요.

"..."

"내 마음이었어... 널 위한 마음이었단 말이야!"

큰 새는 절규했어요. 부리에 금이 가고 털도 다 빠져서 이제는 잘 날아다니지도 못했지만,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보다 작은 새가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못하는 것에 대해 더 힘들어했어요.

큰 새는 작은 새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와 주길 바랐답니다.

"그래도 우린 함께할 수 없어, 큰 새야..."

"내가 무서워서 그런 거야? 난 네가 좋아 작은 새야. 우리 이때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함께 지내자."

"아니야... 나 이제 나와 비슷한 친구들과 같이 지내고 싶어."

작은 새는 벌벌 떨며 말했어요. 큰 새는 그 모습을 보고 어쩔 수 없다는 걸 알았어요. 자신의 앞에서 떠는 이유를 잘 몰랐지만, 불안해하는 작은 새의 눈을 보고는 깨달았죠.

"네가 정말 그렇다면... 나 혼자 지내볼게. 생선도 혼자 잡아보려 하고 과일도 혼자 따 보려고 하고 다른 친구들도 사귀어 보려 할게. 잘 지내 작은 새야. 여태 고마웠어."

작은 새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작은 날개를 여느 때보다 힘껏 휘저으며 멀리멀리 날아갔답니다.

큰 새는 작은 새가 날아가자 작은 새와 같이 지내던 숲으로 날아갔어요.

하지만, 작은 새와 같이 지내던 둥지에 다른 큰 새가 있던 것이 아니겠어요?

큰 새는 자신보다 더 큰 새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어요.

"나보다 큰 새야! 나와 친구 하지 않을래?"

큰 새보다 더 큰 새는 뒤를 돌아보고는 말했어요.

"맛있겠다. 친구랑 나눠먹어야겠어!"

그리고는 큰 새를 자신의 부리로 집어넣었답니다.

큰 새는 너무나 당황해서 저항할 수도 없었어요. 부리에 물려 몸이 아팠어요.

더 큰 새는 큰 새를 물고 어디론가 날아가려 했어요.

그러자 큰 새는 무언가를 느꼈답니다.

작은 새가 느꼈던 공포와 두려움을 큰 새도 느끼게 되었답니다. 자신이 조그마한 새를 물었을 때, 작은 새가 느꼈을 공포를 느끼게 되었어요.

'아, 작은 새야...'

 

그렇게 큰 새는 자신보다 더 큰 새의 부리에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답니다.

 

 


 

 

작은 새는 큰 새가 보고 싶어 졌어요.

 

다시 큰 새와 같이 지냈던 보금자리로 가기 위해 작은 날갯짓을 하며 날아갔죠.

하지만 도착했을 때는 큰 새보다 더 큰 새가 있었어요. 뒤에서 보기에도 너무나 큰 덩치였죠.

작은 새는 두려움에 떨며 말했답니다.

"혹시... 큰 새 못 봤어? 여기 큰 새 집인데..."

그러자 더 큰 새가 뒤를 돌아봤어요.

"어머, 넌 너무 작고 귀엽구나. 나와 친구 하지 않을래?"

작은 새는 더 큰 새가 뒤를 돌아보자, 예전에 큰 새가 자신에게 친구로 대해주었던 기억들이 떠올랐어요.

작은 새는 무엇보다 큰 새를 찾는 게 제일 중요했답니다.

"아니... 난 다른 친구 필요 없어. 큰 새만 있으면 되는데... 미안해. 혹시 여기 살고 있는 큰 새를 보지 못했니?"

"음... 있었어."

"어디로 갔어?"

"아까 저기로 날아가던데? 이제 떠난다며 말이야."

"아... 그렇구나. 알겠어... 고마워."

작은 새는 뒤를 돌아 다시 날개를 폈답니다.

'이제 큰 새가 떠났구나. 내 잘못이야.'

자책을 하던 작은 새는 눈물이 났어요. 더 이상 큰 새를 볼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자신이 큰 새에게 느꼈던 두려움보다 더 크다는 사실을 큰 새가 떠나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아, 나는 바보야.'

생각하던 순간, 뒤에서 더 큰 새가 다가왔답니다.

혼자 무언갈 읊조리면서 말이죠.

"얘도 맛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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