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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신발 안의 자그마한 돌

by 도묵 2019.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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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발을 살 때 5mm 정도 큰 걸 산다. 내 발은 되게 애매한 크기라 딱 맞는 걸 신으면 불편하고 그렇다고 큰 걸 신으면 조금 헐렁하다. 그래도 큰 걸 신어야 작은 걸 신었을 때보다 발이 편하고 끈으로 조절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 큰 것을 산다.

출근을 하는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를 것 없이 신발끈을 충분히 조인 5mm 큰 신발을 신고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발 밑에 딱딱한 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출근할 때 노래를 들으며 걷는데 발 밑에 무언가가 신경이 쓰였지만 노래에 흥이 난 나머지 그냥 무시해버렸다.

"아, 뭔가가 들어왔나 보네." (참고로 수정하기 전에는 "아, 뭔가가 또 들어왔나 보네."였다. 나는 이전에도 이런 일들이 많았던 것 같다.)


출근을 하고 열심히 일을 했다. 점심이 지나고 오후도 지났다.

퇴근 시간이 되었을 때쯤, 무언가가 발을 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고 그제야 아침 출근길에서 느꼈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퇴근 후에 운동을 하러 가야 했었고 그 생각에 잠시 떠올랐던 신발 밑에 무언가는 또 스쳐 지나갔다.

운동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 나는 드디어 신발 밑에 무언가를 빼냈다. 그것은 그냥 조그마한 돌이었다.

"별 것 아니네."

하며 빼내고 맥주 한 캔을 들고 집을 가던 도중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별 것 아니었던 게 아니었어.'

맞다. 별 것 아니었던 게 아니었다. 

정말 별 것 아니었다면 신경이 쓰이지 않았어야 했다. 나는 그 작은 돌이 선사했던 순간의 커다란 불쾌감을 기억한다. 만약 정말 별 것 아니었다면 그 순간에 그냥 빼낼 수 있었어야 했다. 나는 그것 또한 귀찮았던 것이다. 그냥 하는 일조차 그 작은 돌을 빼내는 일조차 귀찮았던 것이었다. 그것은 나를 포기하는 일이었고 무시하는 일이었고 존중하지 않은 일이었다. 나를 귀찮아서 내버려 두는 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것이었지만 작은 것이 아니었다. 작고 나쁜 습관들, 작은 생각,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뱉는 말들, 그리고 행동들. 그것들은 정말 별 것이 아닌 적이 있었을까?(나는 내 신발 속에 들어있던 작은 돌에 가장 잘 맞는 비유는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무심코 내버려 두었던 좋지 않은 습관들도 내 신발 속에 들어있던 작은 돌처럼 별 것 아니라는 생각에 지배당해 내 안에 계속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렇게 작고 조그마한 돌이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는데 나의 행동, 내 주변 이들의 행동은 내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항상 나에게 큰 파동을 일으키는 일들이 아니었을까.

자주 반복되었던 신발에 돌이 들어오는 일들은 내가 큰 신발을 선택했을 때 감내하고 극복해야 할 문제였을 것이다.


가끔 익숙한 것들이 쿡쿡 찌를 때가 있다.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연인에 대한 익숙함을 핑계로 우리는 가끔 우리를 틀에서 벗어나게끔 도와주는 존재들에 대해서 지나칠 만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오래된 친구들을 잊고 살다가 문득 전화 와서 잘 지내냐는 말을 들으면 아차 싶다.

그래서 나는 아쉬움과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 하지 않으면 평생 못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한다. 나처럼 '지금' 신발 안의 조그마한 돌은 없는지에 대한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다. 내가 적는 글을 누군가가 본다면 나는 어떻든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받아들이는 사람 나름이다. 그래도 나의 생각과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어 나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그만한 뿌듯함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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