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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잡문] 내가 좋아하는 것들

by 도묵 2021.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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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ed by @carrotcake

 

 

나는 그 아이의 225에서 230mm 정도 되는 발을 좋아한다.

 

내 카메라에 담기고 싶다는 것이 좋고,

음악 추천 말고 내 노래를 듣고 싶다는 말이 좋다.

 

카키색을 좋아한다고 말하면서 웃는 눈꼬리가 좋고,

신나면 노래를 부르는 그 아이의 콧소리가 좋다.

 

그 아이는 길거리에서 노래가 나오면 춤을 추고,

가끔은 음악을 틀어서 분위기를 만든다.

그러곤 신이 나서 내 손을 잡고 박자를 타곤 한다.

 

편지로 고백했을 때,

조명이 있는 곳으로 편지를 들고 가선 감성적인 선율의 노래를 틀고서 읽던 모습이 좋다.

 

가끔 나에게 짜증을 내며 투덜거리는 것도 좋다.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니까.

이젠 너랑 싸우는 게 특별하게 느껴진다.

 

턱 밑에 오는 158cm의 키도 이젠 익숙하고 자꾸만 맡고 싶어 지는 그 아이의 향이 좋다.

말이 많은 내 입을 다물게 하기 위해 장난스럽게 입 맞추는 그 입술이 좋다.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너만의 방식이니까.

 

길을 걸을 때 먼저 내 손을 잡아주는 네 부드럽고 조막만 한 손이 좋고,

좋아한다는 말은 못해도 나와의 미래에 대해 얘기하는 네 말투가 좋다.

 

빠다코코넛을 좋아하는 나와는 달리,

프렌치 파이를 좋아하는 네가

우린 이렇게 서로 다르다며

웃는 모습이 좋다.

 

그래도 낙지 덮밥 좋아하는 건 같다며

웃는 날 보며,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내색 안 하는

네 모습이 너무 귀엽다.

 

나와 서로 다르지만, 그 다름을 웃음으로 그리고 농담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들이 감사하다.

모든 것들이 좋고 감사한 날들이었다.

서로의 다른 점들을 찾아내고

서로의 같은 점들을 찾아내서

서로를 쳐다보며 웃고

그런 것들을 이상하다고 치부하지 않는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라고 숨기지 않으면서 말이다.

 

앞으로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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