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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글

[뻘글] 자기소개서

by 도묵 2021.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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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ustrated by @carrotcake

 

요즘 입사지원서를 쓰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기소개서들을 썼고, 현재 몇 군데에서의 면접이 진행 중이다.

주변 친구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기소개서는 가식적이고 거짓투성이의 소설 땅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면접에서 들통나지 않냐 그러면, 뻔뻔해지면 된다고 하더라.

이런 게 20대의 실상이라니. 모두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자기소개서에 어느 정도의 msg가 투입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그만큼 간절하다는 증거일까 생각해본다.

나는 자기소개서를 쓸 때 절대 없는 소리를 못 한다. 나는 글을 쓸 때에도 내 마음에 없는 것들을 꺼내어 쓸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소설 같은 걸 잘 못 쓰고 시도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 같다. 상상이란 정말 어렵고도 위험한 것 같아서.

상상 한 번 잘못해버리면 글의 결이 달라지고 글 전체가 무너지기도 하니까.

나는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쓸 때도 정말 있는 것들을 꺼내서 쓰려고 노력한다. 면접관들도 바보가 아니다. 그들도 그 글이 내 것임을 알아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썼다. 처음에는 이런 생각으로 많이 썼지만, 후에는 어쩔 도리가 없어서 그냥 쓴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무엇을 지어내는 걸 잘 못한다.

예전에 정말 부러운 사람들이 있었다. 지적인 사람들, 운이 좋은 사람들, 자신의 인생관이 확실하고 그 길을 개척해나가는 사람들. 지금은 멀찌감치 그들을 보고 있지만, 그때는 가까이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을 따라잡기 위해서 노력하던 내가 생각났다. 게을렀던 내가 생각났다. 그들에게 없던 것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몰랐던 내가 생각났다. 자기소개서에 나를 듬뿍 담는 과정에서 그들 중 한 명이 생각났다. 면접 준비를 하던 와중 그 사람이 생각났다. 지적인 사람. 그 사람이었다면 자기소개서를 더 잘 쓸 수 있었을까, 면접을 더 잘 볼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다.

몇 번 생각해보다 고개를 저었다. 이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기소개서와 면접 관련 소고를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 오늘은 기록 형식으로 몇 자 그냥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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