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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문] 소나기 너는 침묵하더라. 내가 그 어둠 속에 있었다고 말해도 아무렇지 않아 했지. 그냥 신경 쓰지 말라 했지. "널 사랑해." 온 마음이 저리도록 불렀어도 돌아오는 메아리 하나 없었어. 끝내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널 보고선 알았지. '아, 너는 아니었나 보구나. 내가 찾던 그 사람이 아니었나 보다.' 내 밤하늘의 달은 항상 밝았어. 밝은 만큼 넌 내 해인 줄 알았어. 실은 낮에 뜨는 해는 네가 아니었는지도 몰라. 지금 너 없이도 빛나는 걸 보면. 너는 구름쯤이 아니었을까. 잠시 머물러 있다가 간 걸 보면. 맞아, 구름은 흔적을 남기진 않지. 그럼 소나기였을까? 그래, 소나기. 그 정도면 충분한 것 같아. 2020. 8. 22.
[단편] 페르소나 "넌 왜 항상 여기 있어?"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뭐가?" "비 오는 거 미리 알았으면서." "그럼 나 비 올 때마다 일부러 여기 오는 것도 알고 있었어?" "응." 빗소리와 파도 소리가 섞여 들린다. "왜 이제 왔어?" "그냥." "그냥은 의미 없지." "아니야.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해." "넌 항상 나와는 달랐었어." "그랬지. 내가 너한테 맞춰주길 바랐었어?" "아직도 나를 잘 모르네, 넌." "사실이야. 널 알면 알수록 난 저 파도 안에 치이는 것 같았어." "끔찍해." 난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숙였다. 이제 더 이상 그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제발. 마지막이야." 비인지 너인지 모를 것이 나를 자꾸 재촉한다. 그만 울고 싶은데.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야? 나 너무 괴로워." .. 2019.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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